지난 글에서 소버린과 소버린티의 개념, 그리고 Google Cloud에서 규제 워크로드를 설계할 때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그 글을 읽으신 분들에게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이것입니다.
“그러면 Gemini Enterprise를 도입하면 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소버린티 요건이 있는 워크로드라면 지금은 아닙니다. 왜 그런지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Gemini Enterprise가 뭔가요?
Gemini Enterprise는 Google이 판매하는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SaaS)입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회사 전 직원에게 사내 데이터를 아는 AI 비서를 깔아주는 제품”입니다.
사내 데이터 연결
Google Workspace, Microsoft 365, Salesforce, Jira 같은 업무 시스템에 커넥터로 연결해서, 직원이 챗으로 사내 문서와 데이터를 검색하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빌더
코딩 없이 업무용 에이전트를 만들고 조직에 배포할 수 있습니다. Deep Research 같은 Google이 만든 에이전트도 기본 제공됩니다.
좌석(seat) 단위 구독
API 종량제가 아니라 사용자당 월 요금을 내는 SaaS 모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Vertex AI와의 차이입니다.
| 구분 | Vertex AI | Gemini Enterprise |
|---|---|---|
| 제품 성격 | 개발자용 빌딩블록 (플랫폼) | 완성형 SaaS |
| 인프라 통제 | 고객이 리전·엔드포인트·모델을 직접 선택 | Google이 운영, 고객은 기능을 사용 |
| 도입 방식 | 직접 설계·구축 | 구독하고 커넥터 연결 |
Vertex AI가 “부엌과 재료를 빌려주는 것”이라면, Gemini Enterprise는 “완성된 요리를 배달받는 것”입니다. 편한 만큼, 주방이 어디에 있는지는 고를 수 없습니다.
왜 소버린티를 만족하지 못하는가
이유는 두 가지이고, 둘 다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1. 한국 리전 endpoint가 없습니다.
Gemini Enterprise는 서울 리전(asia-northeast3)을 지정해서 쓸 수 없습니다. 데이터 레지던시 선택지가 미국·EU 등 일부 멀티리전 수준에서 제공될 뿐, “내 회사 데이터는 한국 안에서만 저장·처리하라”고 지정하는 옵션 자체가 없습니다. 커넥터로 연결한 사내 문서의 인덱스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직원의 질문이 어느 리전에서 처리되는지를 국내로 고정할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2. LLM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Vertex AI에서는 regional endpoint로 “이 모델을 이 리전에서 돌려라”를 고객이 결정합니다. 반면 Gemini Enterprise는 SaaS라서 어떤 모델 버전이 어느 리전의 인프라에서 추론을 수행하는지가 전적으로 Google의 운영 정책에 따릅니다. 고객이 모델도, 처리 위치도 고를 수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AI 소버린티의 핵심은 LLM이 어디에서 도는가”라고 했는데, Gemini Enterprise는 이 질문에 고객이 답할 수단이 없는 제품입니다.
지난 글의 체크리스트에 대입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소버린티 체크 항목 | Gemini Enterprise |
|---|---|
| 데이터 저장 위치를 국내로 고정 | 불가 (서울 리전 미지원) |
| LLM 처리 위치를 국내로 고정 | 불가 (처리 리전 선택 기능 없음) |
| 모델·엔드포인트 선택권 | 없음 (Google 운영 정책에 종속) |
| 처리 위치에 대한 감사 입증 | 불가 |
금융권·국가핵심기술 기업이라면
금융권.
금융회사는 클라우드 이용 시 데이터가 어디에서 저장·처리되는지를 입증해야 합니다. “SaaS라서 처리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는 중요도 평가와 감사를 통과할 수 없는 답변입니다. 규제 대상 데이터를 다루는 업무라면 Gemini Enterprise는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습니다.
국가핵심기술 기업.
더 명확합니다. 기술자료가 포함된 질문이 국외 리전에서 처리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술 유출 리스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처리 위치를 통제할 수 없는 SaaS에 국가핵심기술 관련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러면 아예 못 쓰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규제 데이터가 들어가지 않는 일반 업무 — 공개 자료 리서치, 일반 문서 작성 보조 같은 영역에서는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원들이 규제 데이터를 붙여넣지 못하도록 DLP와 커넥터 범위 통제를 반드시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규제 워크로드의 대안
지난 글에서 다룬 그대로입니다. Vertex AI regional endpoint로 직접 구축하는 것이 기본이고, 최고 수위 데이터라면 GDC air-gapped나 오픈 모델 자체 서빙으로 가야 합니다.
마무리
- Gemini Enterprise는 좋은 제품입니다. 사내 데이터를 아는 AI 비서를 가장 빠르게 전사 배포하는 방법입니다.
- 하지만 소버린티 요건과는 맞지 않습니다. 한국 리전 endpoint가 없고, LLM과 처리 위치를 고객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권·국가핵심기술 기업의 규제 워크로드에는 쓸 수 없습니다.
- 도입하려면 데이터 등급으로 선을 그으세요. 규제 데이터가 닿지 않는 업무에 한정하고, 규제 워크로드는 Vertex AI regional endpoint 기반으로 별도 설계해야 합니다.
SaaS의 리전 지원과 레지던시 옵션은 빠르게 바뀝니다. 이 글은 작성 시점 기준이니, 도입 검토 시점에 한국 리전 지원과 처리 위치 커밋 로드맵을 어카운트 팀에 반드시 재확인하시기 바랍니다.